역사가들, 1947년 창간된 미국 최초의 레즈비언 잡지 'Vice Versa' 역사 재조명

미국에서 진행 중인 성소수자 역사(LGBT History)의 달을 맞아 연구자들과 역사가들은 퀴어 출판의 기원을 되짚으며, 1947년부터 1948년까지 로스앤젤레스에서 비밀리에 발행된 미국 역사상 최초의 레즈비언 잡지 Vice Versa의 발자취를 조명했습니다. 이 잡지는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 RKO 픽처스에서 비서로 일하던 당시 26세의 에디스 아이드(Edythe Eyde)가 ‘리사 벤’(Lisa Ben)이라는 필명으로 제작했습니다.
LGBTQ Nation의 보도에 따르면, 아이드는 직장에서 업무 틈틈이 타자기와 먹지를 이용해 매호 약 12부씩 잡지를 직접 타이핑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유쾌한 잡지’(America’s Gayest Magazine)라는 부제를 단 이 소책자는 지인들 간의 입소문과 게이 바, 때로는 우편을 통해 손에서 손으로 전달되었습니다. 비자연적 성행위 금지법으로 인해 동성 관계가 범죄로 규정되고 경찰의 급습이 빈번했던 시대에, 이 간행물은 엄격한 사회적 규범 밖에서 연대를 찾던 여성들에게 공동체의 장을 마련해 준 선구적 시도였습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프레즈노 캠퍼스 명예교수이자 저명한 역사학자인 릴리언 페더먼(Lillian Faderman)은 당시 동성애 관련 문건을 우편으로 발송하는 것이 연방 콤스톡법 위반이었음을 지적하며, 아이드의 시도에는 용기와 순수함이 결합되어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잡지는 억만장자 하워드 휴스가 제작사를 인수하면서 아이드가 공용 타이피스트실로 발령받은 후인 1948년 2월 제9호를 끝으로 폐간되었습니다. 이후 1956년 그녀는 미국 최초의 레즈비언 인권 단체인 ‘빌리티스의 딸들’(Daughters of Bilitis)에 합류하여 ’lesbian’의 철자 변형인 리사 벤이라는 필명으로 잡지 The Ladder에 글을 기고했습니다.
에디스 아이드는 2015년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으며, 보존된 Vice Versa의 전호는 디지털화되어 ONE National Gay & Lesbian Archives 및 Queer Music Heritage를 통해 보존되고 있습니다. 앞서 미국의 성소수자 역사의 달 행사와 관련해 ‘우라니아’는 민권 운동 선구자들의 유산을 기리는 교육 프로젝트 ‘LGBT 역사의 달 아이콘’ 20주년 소식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